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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돈 있어도 사기 힘든 마스터스 굿즈

2023.04.20

매년 4월 첫째 주에 열리는 PGA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개막이 임박하면 골프팬들의 관심은 ‘머천다이즈’ 코너에 쏠린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신비주의를 택한 그곳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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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themasters



마스터스 최고의 명소는 기념품을 파는 머천다이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패트론(갤러리) 입장을 허용한 지난해 이곳에 방문 했다는 A씨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주에 오거스타GC는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오픈런’을 하듯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패트론은 200m 쯤 들어와 직진하거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계속 직진하는 이들은 코스로, 오른쪽 사람들은 머천다이즈로 갔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물건이 거의 없는 주말을 제외하면 머천다이즈의 줄이 더 길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기 상품은 2라운드에 이미 동이 났다고 한다.

지난해 인기 상품은 7만 원인 한정판 인형 ‘놈(Gnome)’이었다. 놈은 뾰족한 모자를 쓴 작은 남성 모습을 한 땅속 요정을 뜻한다. 골프와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인형은 가격이 49.50달러여서 구매를 망설이게 할 법도 한데 본 대회일도 아닌 연습일에 이미 동이 났다고 한다. 골프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놈은 리셀 시장에서 399.99달러(약 52만3186원)를 웃도는 가격에 즉시 판매돼 이슈가 됐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세계 각국의 기자도 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역지인 오거스타 크로니클의 전 기자이자 에이킨 스탠더드 편집장 존 보이엣은 “이번 대회 놈은 구하기 힘들었다.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가 열리는 수요일 오전 7시에 가서야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의 오랜 악몽은 끝났다”고 언급했다. A씨는 놈 의 갑작스러운 인기를 두고 “놈이 출시된 지 7년째가 되면서 수집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해마다 다른 옷을 입고 한정판으로 나타난 점도 가치를 높인 것 같다며 “지난해 구한 놈은 노란 모자를 쓰고 초록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는데 꽤나 귀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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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파는데 매출액은 900억 원 이상

놈이 있기 이전에 인기 상품은 모자나 퍼터였다. 모자는 세금을 포함하면 31달러(약 4만5000원)에 판매 된다. 하지만 온라인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79.99달러(약 10만5000원)까지 거래된다. 배송비 10달러를 포함하면 오거스타GC 밖에서는 3배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퍼터는 매년 500개만 제작해 판매하는 만큼 서둘러 사지 않으면 재고가 없다. 구하기 어려운 퍼터는 10년이 넘은 제품이라도 10배 이상 뛰어 3000달러(약 392만 4000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퍼터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에 이미 판매된 것은 더욱 귀한 몸이 됐다.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GC는 마스터스 기간 동안 판매된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매체가 2019년에 추산한 금액만 5000만 달러였다. 즉, 한 시간에 85만 달러, 분당 1만4166달러(약 1850만 원)를 버는 셈이다. 매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 하면 매출액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에는 6900달러 (약 902억 원)를 벌어들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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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GC는 수익보다는 신비주의를 택했다

마스터스의 기념품은 비단 패트론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도 후원사 관계자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많은 양을 구매한다. 미국의 한 매체가 마스터스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기념품 구입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00~5000달 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골프모자에 깃발이 꽂힌 미국 대륙의 마크 하나가 찍혔을 뿐인데 선수와 갤러리 모두 이에 열광하고 있는 셈이다.

오거스타GC 입장에서는 더 큰 수익을 원한다면 기념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작정하면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고, 더 많은 수익사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마켓을 대폭 확장하거나 상시 판매를 한다거나…. 또 여러 골프웨어 및 용품 브랜드에 로고 라이선스를 팔아 한몫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수익보다는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의 신비주의 전략은 경기 중계권에도 적용된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마스터스는 중계권 수익도 남기지 않는다. 중계를 전담하는 CBS와 ESPN은 중계 원칙을 지킨다는 약속 아래 적은 비용을 낸다”고 밝혔다. 오거스타GC가 방송사에 요구한 조건은 ‘대회의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광고는 한 시간에 최대 4분만 붙일 것, 진행자는 품위 있는 용어를 사용할 것’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전 세계 골퍼들은 마스터스에 더 열광할지도 모른다.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역사와 전통을 지켜 나가는 마스터스토너먼트가 있기에 골프장 밖에서 몇 배로 몸값이 뛰는 기념품이 매년 거래가 되고,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대회이자 골프장으로 꼽히고 있을 것이다. 매년 이 대회가 달아오르는 이유는 그들이 오랜 시간 고수한 신비주의에서 비롯된다는 확신이 드는 대목이다.



노현주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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