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골프포위민로고
    • 정기구독
  • 검색

INTERVIEW

미국 투어 첫 데뷔에 우승까지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아림

2020.12.30

김아림이 LPGA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역전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의 우승 원동력은 장타와 정교한 쇼트 게임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2020시즌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컵의 주인공은 생애 처음 미국 투어에 출전한 김아림이었다. 김아림은 12월 15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위치한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5타 차의 열세를 뒤집고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US여자오픈은 김아림이 경험한 첫 미국 투어로, 대회 출전 과정부터 드라마틱했다. US여자오픈이 코로나19 여파로 12월로 미뤄졌고,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해 지난해 3월 기준 세계 랭킹 75위까지 출전권을 확대했다. 당시 랭킹 70위였던 김아림의 출전이 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회 첫날 김아림은 평균 268야드의 장타를 바탕으로 3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까지 치고 나왔지만 2라운드에서는 3오버파로 공동 20위까지 밀렸다. 최종 라운드 당시 시부노 히나코에게 5타 뒤진 공동 9위로 출발한 김아림은 이날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선보이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는 5번홀(파5), 6번홀(파4)에서 연속으로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켰고 8번홀(파3)에서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키면서 단번에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후반 10번홀(파4)과 11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3위로 내려갔지만 막판 3개 홀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된 16번홀(파3)에서는 정교한 5번 아이언 티 샷으로 3m짜리 버디를 만들어냈고, 17번홀(파4)에서는하이브리드 티 샷에 이어 8번 아이언으로 공을 홀에 붙였다. 18번홀(파4)에서는 3번 우드로 티 샷 한 뒤 피칭웨지로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막판 3연속 버디를 포함해 이날 6개의 버디를 기록한 김아림은 세계 랭킹 1위인 고진영의 맹렬한 추격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각종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대회 시작 당시 94위였던 김아림은 가장 낮은 순위로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기록됐다.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 이후 25년 만에 5타 차 역전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또 세계 랭킹은 64계단이나 상승한 30위에 올랐으며, LPGA 투어 출전 자격도 획득했다. 무려 6라운드나 거쳐야 하는 LPGA 퀄리파잉 과정을 면하게 된 것이다. 2019년 이후 우승이 없었던 설움을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한 방에 날려 버린 셈이다.

또한 김아림은 대회 내내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라운드를 진행해 외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김아림이 마스크를 쓰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마치 동화 같은 메이저 우승이었다”고 말했으며, 미국 <골프채널>도 “코로나 사태 속에 열린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김아림은 마스크를 쓰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호평했다.

김아림은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만약 내가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싫었다.이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꾸준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장타와 정교한 쇼트 게임을 만들어낸 꾸준한 노력

김아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장타다. 이번 대회에서도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코스 전략이돋보였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쇼트 게임을 통해 착실히 스코어를 줄였다. 그의 장타와 정교한 쇼트 게임, 그리고 상황에 맞는 코스 공략법까지 완성시켜 준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너 최차호 관장과 김기환 스윙코치다.

최 관장은 3년 전부터 김아림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담당하며 안정된 스윙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일등공신이다. 최 관장은 “김아림은 기본 골격이 좋긴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체형의 좌우가 틀어져 있어 장타를 쳐도 공이 똑바로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근육을 길러 강한 스윙에도 몸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도록 훈련했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아이언 샤프트 무게와 강도를 남자 선수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그 덕분에 샷이 좌우로 흩어지는 현상이 크게 줄었다. 김아림이 16~18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승부를 낸 것은 김 코치의 영향이 컸다. 김 코치는 “김아림은 우승에 욕심을 내 스코어 경쟁을 하거나 긴장을 하면 힘을 잔뜩 실어 멀리 치려는 습관이 있었다. 스윙 교정도 중요하지만 스코어를 지킬 수 있는 수비적인 코스 공략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US여자오픈을 앞두고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이를 체험하게 했는데, 이번 대회를 보니 잘 소화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입장 제한 조치로 국내에 머무르게 된 두 코치는 대회 내내 김아림과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활발하게 피드백을 제공했다. 김아림은 미국에서도 최 관장이 준비한 운동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관리했다. 또한 김 코치에게는 자신의 샷 동작을 촬영해 조언을 구했다. 두 사람 모두 김아림의 이번 우승은 선수 본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김아림은 정말 골프를 좋아한다. 매일 2시간씩 1주일에 네 번 꾸준히 체력훈련을 했다. 맨몸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체력을 기른 것이 마지막 홀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골프를 칠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된 기간에도 매일 오전 5시30분에 골프연습장에 나가 오후 6시까지 12시간가량 연습을 했다. 워낙 연습을 즐겁게 하니 실력도 빨리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고 어려워도 항상 웃는 스마일 퀸

김아림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즐기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던 김아림은 프로세계에 뛰어들었지만 고진영, 김민선, 백규정 등 쟁쟁한 동갑내기 선수들에게 밀려 국가대표는 물론 상비군에도 들지 못했다. 투어 데뷔 이후 동기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도 무려 3년 동안 2부 투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그를 아는 팬들은 김아림 하면 장타와 더불어 미소, 배꼽인사부터 떠 올린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밝은 미소를 숨길 수는 없었다.

김아림의 소속사 브라보앤뉴의 이동운 매니저는 “내가 김아림을 담당한 지 3년이 됐지만 팬을 향한 그의 미소는 가식 없는 진심이다. 아무리 경기가 안 풀려도 팬들이 환호를 보내면 꼭 배에 손을 올리고 인사한다. 업무 관계로 만나도 항상 밝은 미소를 띠고 있어 나 역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김아림은 잘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부담을 짊어지려 하지 말고 놓고 가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그는 특유의 미소로 이를 해결했다. 밝은 웃음을 계기로 경기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전환하는 루틴”이라며 그의 에너지는 미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김아림의 아이언을 후원하는 미즈노의 피팅 담당 박재홍 팀장은 김아림의 밝은 이미지와 성실함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았다고 한다. 그는 “항상 웃는 얼굴이라 느긋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연습할 때는 독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US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김아림을 만나 클럽을 살펴봤는데 매우 놀랐다. 3개월 전에 클럽을 교체했는데 이미 페이스가 닳아 있었다. 김아림은 헤드 스피드가 빠르고 어택 앵글이 날카로운 선수라 빨리 닳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3개월 만에 이렇게 됐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Q 생애 첫 미국 투어에서 바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이전에 우승했던 대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우승을 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특히 우승이 확정된 후 존경하는 안니카 소렌스탐 선수와 우승 축하 영상통화를 한 것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Q 최종 라운드를 5타 뒤진 채 시작했다. 언제부터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기 위해 라운드를 시작하고부터는 다른 선수의 성적을 알지 못했다. 13번홀에 왔을 때 리더보드를 봤는데 그때부터 조금 더 집중하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이번 대회 개최지인 챔피언스 골프클럽과의 궁합은 어땠나? 사실 대회 당일까지도 코스에 적응하기 어려워 모든 것이 어색했다. 시설부터 잔디까지 이제껏 경험한 골프장과는 달랐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서 좋은 샷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 공을 가져다 놓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린 주변에서 조금 더 정교하게 어프로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행히 경기 할수록 코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두렵지 않게 돼 샷을 더 적극적으로 했던 것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된다.

Q 날씨가 좋지 않아 공에 흙이 많이 튀었다. 문제는 없었나? 공 칠 일을 최대한 적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장타로 거리를 줄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흙 묻은 공으로 장거리 퍼팅을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프로치 샷 거리 조절에 많이 신경 썼다. 사전에 코스 상태를 미리 경험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다행히 생각대로 공을 잘 보내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Q 승부처로 꼽는 홀은? 최종 라운드 16번홀부터 18번홀까지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스코어를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티 샷을 했는데 후반 들어 김기환 코치의 말이 생각났다. 긴장을 하면 종종 티 샷이 좌우로 흔들리는 경우가 있어 마무리는 아이언 샷으로 안전하게 가자고 판단했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 오버 스윙을 줄이려고 3번 우드를 선택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Q 최종 라운드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쏟아 내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도착해 며칠 동안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골프장에서 연습할 때도 코스 컨디션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 보니 잔디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체력만 받쳐준다면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어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연습을 해 코스에 적응할 수 있었다.

Q 우승이 확정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다른 선수들도 후반 3개 홀에서 버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장전에 갈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승이 확정됐을 때는 정말 내가 우승한 게 맞는지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Q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님의 응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어머니께서 내가 좋아하는 한식 요리를 매일 정성스럽게 챙겨주셨다. 미국에서 입에 맞는 한국 음식을 먹었던 것이 뒷심을 발휘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Q 장타 비법을 알려달라. 사실 정확도 없는 장타는 의미가 없다. 스위트 스폿에 맞히면 공은 알아서 멀리 간다. 스윙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코어 근육뿐만 아니라 몸의 앞뒤, 아래와 위, 왼쪽과 오른쪽 등 대칭되는 근육을 모두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Q 골프 말고 다른 스포츠를 해도 잘할 것 같다. 평소 즐기는 다른 스포츠가 있다면? 태권도, 농구, 수영, 육상 등 웬만한 운동은 다 해봤다. 덩치도 큰 편이고 운동신경이 좋았는지 금방 익숙해졌고 그래서 오히려 빨리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골프는 배울수록 어려워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Q 내년 시즌 계획은? 투어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가족, 스폰서, 매니지먼트사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고민한 후 결정할 예정이다. 일단 감사를 전할 분이 너무 많아 2주간 자가격리 후 모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기자 이용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17호

[2021년 1월호 기사] 에서 계속....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