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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프로도 실수하는 골프 규칙

2021.10.18

프로 선수조차 사소한 실수로 자신도 모르게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추어 골퍼 또한 평소 자신의 어떤 습관이 규칙을 어기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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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미국과 유럽 여자 골퍼들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국제대회인 솔하임컵에서 대회 첫날부터 말썽이 생겼다. 포볼 매치플레이 13번홀(파5)에서 벌어진 상황 때문이다. 당시 미국팀의 넬리 코르다가 3m 거리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가 홀 오른쪽 부근에 멈췄다. 그런데 유럽팀의 마들렌 삭스트롬이 컨시드를 선언하고 코르다의 공을 집어 건네주며 논란이 발생했다. 골프 규칙 13-3b는 ‘매치플레이에서 상대 선수의 공을 충분히 기다리지 않고 고의로 들어 올리면 이 공은 성공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기다려야 할 시간은 10초다. 당시 코르다의 볼은 들어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삭스트롬이 10초가 되기 전에 공을 집어 올려 결국 이글로 인정됐고 그 홀은 미국팀이 승리하게 됐다. 물론 삭스트롬 입장에서는 대회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룰을 정확히 알지 못해 팀에 패배를 안겨주고 만 것이다.
국내 골프장은 촉박한 홀아웃 시간 탓에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하다. 하지만 속도만 강조하는 습관을 몸에 들여놓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규칙을 위반해 스코어도 잃고 망신까지 당할 수 있다. 이번 솔하임컵의 경우 국가 간 친목을 도모하는 국제대회에서 삭스트롬의 사소한 행동으로 선수 간에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프로처럼 규칙을 하나하나 준수하기 힘들어도 아마추어 골퍼 또한 이를 교훈 삼아 어떤 상황이 규칙 위반이 될지 미리 알아두고 있어야 동반자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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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아무리 급해도 친 공은 끝까지 확인하라

간혹 공이 나무 위를 비롯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이때 일부 아마추어는 공을 찾지 못했음에도 경기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대충 공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는 곳에서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원래는 공을 찾지 못할 경우 로스트 볼로 처리돼 이전 샷 자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만약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공을 찾았어도 자신의 것이라고 확인할 수 없다면 로스트 볼이 된다. 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16번홀(파5)에서 제이슨 데이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숲으로 날아갔다. 그는 공이 보이지 않자 나무 위에 있을 거라 생각해 대회 관계자의 쌍안경을 빌려 나뭇가지 속에 박힌 공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공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할 수 없어 사진기자의 카메라 줌렌즈를 통해 자신의 것임을 확인했다. 규정상 나무 위에 올라가 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면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 한다. 이때, 볼 확인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언플레이어블 선언 시 원래의 볼이나 다른 볼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구역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경우 3가지 구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전의 스트로크를 한 곳으로 돌아가 플레이하는 ‘스트로크와 거리의 구제’, 홀과 볼을 잇는 선의 볼 후방에 드롭할 수 있는 ‘후방선 구제’, 볼이 있는 곳에서 홀에 가깝지 않은 곳으로 두 클럽 길이 내에 드롭할 수 있는 ‘측면 구제’다.

하지만 나무 위에 있는 볼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택하면 ‘스트로크와 거리의 구제’만 받을 수 있다. 스트로크와 거리의 구제는 1벌타를 받은 후 이전에 스트로크한 곳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리스크가 매우 크다. 만약 자신의 볼임을 확인했을 때는 세 가지 구제를 모두 쓸 수 있다. 데이는 자신의 공을 확인한 덕분에 거리 손실이 가장 적은 측면 구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끼리의 라운드 역시도 원래대로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을 꼭 찾아야 하지만, 정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드롭이 아닌 로스트 볼로 처리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이 예의다. 또한 실수로 공을 엉뚱한 곳에 보내고 그 공을 찾는 과정에서 동반자를 번거롭게 할까 봐 새 공을 꺼내서 치는 골퍼도 있다. 하지만 공이 어디로 갔느냐에 따라 규정 위반이 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KPGA 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 2라운드 17번홀에서 허인회가 프로비저널 볼(잠정구)을 치기 애매한 상황에서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말하고 공을 쳐 규칙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허인회는 티샷을 한 뒤 볼이 분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프로비저널 볼을 쳤다. 그러나 경기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프로비저널 볼을 치는 상황은 페널티 구역 밖에서 볼이 분실되거나 OB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회 측은 포어 캐디와 동반 플레이어, 허인회까지 공이 페널티 구역으로 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인회는 자신은 포어 캐디의 신호를 보지 못했고, 공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다시 티잉 구역에 돌아와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프로비저널 볼을 쳤다고 말했다.
따라서 허인회가 친 프로비저널 볼은 인플레이로 3타째가 된다. 그 후 허인회는 페널티 구역에서 원구를 찾았고, 프로비저널 볼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구를 쳤기 때문에 사전에 프로비저널 볼을 선언했어도 원구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 경기위원이 말려 그 공을 치지 않았지만 만약 그 공을 쳤다면 벌타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었다. 규칙 위반 논란 속에서 결국 허인회는 남은 18홀을 마저 진행하지 않고 경기를 포기했다. 아마추어 골퍼 또한 아무리 바빠도 자신이 친 공이 정확히 OB 구역으로 떨어졌는지, 페널티 구역으로 확실히 떨어졌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잠정구를 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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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결



습관 때문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곳, 그린

멋진 장타와 정교한 어프로치로 그린에 공을 올려놓고도 사소한 실수로 모든 것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 가장 빈번한 실수 중 하나는 퍼팅 전 스트로크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고의든 실수든 볼을 건드리는 경우다. KPGA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 당시 김주형이 볼 앞에서 연습 스트로크를 하려다 볼을 조금 건드렸다. 물론 2019년 개정 규칙 13.1d에 따르면 플레이어나 다른 플레이어가 퍼팅 그린에 있는 플레이어의 볼이나 볼마커를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는 벌타를 받지 않아 김주형은 벌타 없이 플레이를 계속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위원들이 동원되고 상당 시간이 걸린 후에야 고의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간 것이다. 이때 볼을 실수로 건드려도 모른 척 플레이하거나 볼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벌타를 받게 된다. 2019년 전까지는 어떤 이유든 그린 위에서 볼을 건드리면 무조건 벌타를 받았고, 아직도 이 규칙이 유지되고 있는 줄 아는 골퍼도 많다. 규정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끼리는 고의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공의 원래 위치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 분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홀아웃 시간에 쫓겨 동반자 공의 위치를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퍼팅을 진행해 자신의 공이 남의 공을 건드리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이 경우 이유와 상관없이 2벌타를 받게 된다. 자신의 공이 나갈 방향에 동반자의 공이 있다면 먼저 치워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옳다.

배려가 오히려 규칙 위반이 되기도

나름대로 매너를 갖춘 행동이 사실은 규칙 위반이 될 수도 있다. KLPGA투어에서는 비 오는 날 캐디가 퍼팅 중 우산을 씌워줘 벌타를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9번홀(파4)에서 박결이 보기 퍼트를 할 때 캐디가 우산을 씌워줬다. 하지만 이 상황이 규정 위반이 돼 2벌타를 받았다. 규칙(10.2b(5))에 따르면 선수가 스트로크할 때 햇빛, 비, 바람, 그 밖의 요소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자신의 캐디나 다른 사람을 고의로 세워둘 수 없다. 박결은 당시 캐디가 우산을 씌워 주는지 몰랐다고 했지만, 결국 2라운드 성적은 1오버파에서 3오버파로 수정돼 간발의 차로 컷 탈락을 당하게 됐다. 아마추어 또한 비가 오는 날에 스트로크를 하는 플레이어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행동은 엄연히 규정 위반이다. 캐디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스트로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 참고로 스트로크 외의 상황에서는 동반자에게 우산을 씌워줘도 상관없다.
그리고 친한 사이끼리 플레이를 하다 보면 디봇에 빠진 볼을 무벌타로 구제해 플레이를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동반자도 있다. 아무리 허락을 했다고 한들 본래는 디봇에 빠진 공을 개선된 라이에 바꿔 놓으면 2벌타를 받게 되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플레이를 빨리 진행하고 남들에게 매너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는 올시즌 KPGA투어 군산CC오픈에 출전해 컷 탈락을 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공식 룰에 따라 프로 선수들의 경기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며 성적이 아닌 룰과 매너에 가치를 두어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아마추어 골퍼도 평소 어떤 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사진출처 : KLPGA / KPGA

이용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26호

[2021년 10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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