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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거리 두기 4단계 골프장에서 생긴 해프닝

2021.09.27

코로나19의 여파로 호황을 맞이했던 골프장도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많은 불편이 야기됐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진행됐던 수도권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겪었던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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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겨진 티업 시간으로 난처해진 예비 신랑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 달 전부터 나와 여자 친구, 아버님 등 3명의 라운드 일정을 잡아둔 상태였다. 아버님은 나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골프를 치러 가기로 하니 마음이 좀 풀린 것 같았다. 아버님은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보통 오후에 출근하기 때문에 이 골프장의 1부 티타임인 7시에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내려지고 골프장의 티업 시간이 전체적으로 앞당겨졌다. 골프장 측에서는 새벽 5시 첫 라운드를 제안했는데, 나는 그 시간이면 하루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아버님에게도 유리할 것 같아 수락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라운드 이틀 전 여자 친구에게 전했다. 그런데 아버님의 근무가 새벽 4시에 끝나기 때문에 1시간 내로는 도저히 그 골프장에 도착할 수 없었다. 여자 친구는 스케줄 확인 후 시간을 변경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나를 구박했다. 결국 그날 일정을 취소하고 지금도 라운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버님에게 미운털이 박혔는지 “그냥 골프 안 치련다”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김준수(학원 강사, 핸디캡 16)

중요한 약속은 4단계 해제 이후 잡으세요

지난 달 초 거래처 사장과 매우 중요한 약속을 잡았다. 내 역할은 나와 거래처 사장을 포함한 4명과 골프를 친 후 근사한 곳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실시되긴 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낮 12시에 티업하면 대략 오후 4시 전후로 끝나고, 골프장 바로 옆 식당에 가면 6시 전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사장이 지각을 해서 티업 시간이 30분가량 늦어졌다. 그 와중에 앞 팀마저 지독한 슬로 플레이로 라운드 시간이 크게 지체됐다. 결국 라운드는 예상 시간보다 훨씬 늦게 끝났고, 5시가 넘어서야 예약했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 6시가 되기 때문에 식당 측에서 3인 이상 집합 금지조치로 일행을 2명씩 나누어 식사할 것을 요청해왔다. 결국 나는 내 상사와, 거래처 사장은 자기 직원과 밥을 먹게 되어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거래처 사장은 “늦을 것을 계산해 넉넉하게 일정을 짰어야지” 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우리 회사는 이날 이후 중요한 약속은 모두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는 중이다. -한성욱(무역회사 직원, 핸디캡 10)

샤워실, 골프장은 안 되고 수영장은 된다?

올여름 휴가 때 가족들을 데리고 골프리조트에 갔다. 아이와 아내는 리조트에 딸린 수영장에 보내고 나와 부모님은 골프를 쳤다. 워낙 골프를 오랜만에 치는 터라 모두가 골프장 내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라운드 후 샤워실 이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들었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여름 라운드 후 샤워 한 번에 기분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이를 제한한다는 것은 사실상 화장실에서 뒤를 닦지 않고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땀에 절어 찜찜한 상태로 숙소로 돌아온 후 아내에게 이에 대해 불평하자 수영장에서는 샤워실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같은 리조트 안에서 골프장은 안 되고 수영장은 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수영장에서 놀면서 아이들에게 점수도 따고 샤워도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민철(자영업, 보기 플레이어)

골프장 직원에게 친절히 대해 주세요

나는 골프장 직원이지만 지금 하는 일은 보건소 직원이나 공무원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고객들이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따른 정부 방침 문의를 골프장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운드 도중 6시 지나면 2명만 남고 집에 가야 하나요?” 같은 단순한 질문부터 거리 두기 관련 법률을 어겼을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보건소 직원조차도 대답하지 못할 수준의 곤란한 질문까지 해댄다. 그래서 우리 골프장은 매일 관련 공문을 찾아보고 관공서에 전화까지 하며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골프장에서 제일 바쁜 것은 바로 내선 전화에 응대하는 일이다. 보통 문의는 카운터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카운터 직원이 통화 중일 경우 운영팀이든 코스관리팀이든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한다. 만약 전화를 제때 못 받는다면?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난리 치는 건 예삿일이라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 상했던 일도 아득히 옛날 일로 느껴질 정도다. 고객들의 질문이 갈수록 다양해지기에 내부에서는 은퇴한 공무원이라도 고용해 조언을 구할까 진지하게 논의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김찬민(골프장 운영팀 직원, 핸디캡 5)

골프장보다는 고객의 리스크가 훨씬 커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친한 분 4명과 야간 라운드를 예약해뒀다. 그런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어쩔 수 없이 2명씩 나눠 라운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시간대 주변의 티업 시간이 아예 매진된 상태가 아닌가. 우리처럼 4명으로 구성된 팀이 둘로 쪼개지면서 이들이 다음 시간대로 미리 예약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우리는 라운드 전날까지 취소하는 팀이 생기길 기다렸지만 결국 부킹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행을 나눠 각각 다른 날 라운드를 하는 건 싫어서 위약금을 내고 일정을 취소했다. 이 와중에 가장 이득을 보는 건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드를 취소하면 위약금을 받고 그 시간에 그린피를 내는 다른 팀을 채울 것이 아닌가? 골프장도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방침 때문에 대응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돈을 내고 예약한 고객의 일정이 틀어지면 먼저 어떻게 해야 골프장과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게 옳다. 골프장이 이번에 한 일이라고는 갑자기 팀을 쪼개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것뿐이었다. 앞으로 거리 두기 4단계가 확실히 해제될 때까지는 부킹을 잡지 않을 생각이다. -구민욱(회사원, 핸디캡 20)

손님을 버리고 가버린 캐디

7월 여자 친구와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에 라운드를 예약했는데 공교롭게도 거리 두기 4단계에 들어간 후 둘째 날이었다. 당시 오후 4시 40분에 캐디를 동반하고 3부 라운드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뒤 팀이 별로 없는데도 캐디가 필요 이상으로 빨리 치라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기가 생겨 그를 무시하고 평소 페이스대로 골프를 쳤다. 거의 라운드가 끝나가는 도중 6시가 되자 캐디가 갑자기 자기 혼자서라도 클럽하우스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유를 묻자 “6시가 넘으면 3인 이상 집합이 금지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캐디는 업무 중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3인 사적 모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그 캐디는 우리말을 부정하며 법이 더욱 강화돼 돌아가야 한다고 우겼다. 결국 캐디는 걸어서 돌아가 버렸고 우리는 캐디 없이 나머지 2홀을 마무리 짓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우리는 골프장에 불만 접수를 할까 고민하다 하지 않았다. 골프장 측에서 직원들에게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조치에 대한 교육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진수(대기업 직원, 핸디캡 15)

이용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25호

[2021년 9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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