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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투어 내 거리측정기 사용 찬반 논란

2021.08.10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올해 치러진 3개 메이저 대회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추어에게도 널리 쓰이는 거리측정기가 그동안 금지됐던 배경과 선수들의 생각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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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지형에서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한 보이스캐디 SL2 스타워즈 에디션, 89만9000원. 2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한 거리 측정 기능을 가진 거리측정기. 니콘 쿨샷 프로II 스태빌라이즈드, 가격 59만8000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지난 2월 “올해부터 협회가 주관하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과 KPGA 여자 PGA 챔피언십,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실 거리측정기는 USGA가 이미 2006년 1월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태다. 하지만 로컬 룰로 인해 프로 대회에서는 계속 금지돼 왔다. 올해 협회의 발표를 통해 드디어 거리측정기가 메이저 대회에서 허용된 것이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하는 거리측정기의 기능을 마음대 로 사용할 수는 없다. 거리나 방향은 측정할 수 있지만, 플레이 라인이나 고도 변화, 풍속, 클럽 추천 같은 정보는 활용할 수 없다. 즉, 기계가 도출한 정보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며, 거리나 방향 등 객관적인 정보만 활용해 골퍼 본인이 직접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PGA투어는 그동안 로컬 룰을 통해 사실상 거리측정기 사용을 제한하다 어떤 이유로 메이저 대회부터 사용을 허가 하는 강수를 두었을까? 짐 리처슨 PGA투어 협회장은 “챔피언십 대회에서 경기의 흐름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법에 늘 관심이 있었다. 거리측정기 사용은 이미 경기 에서 흔하고 골프 규칙에도 올라 있다. 선수와 캐디들은 오래전부터 연습 라운드에서 거리를 알기 위해 거리측 정기를 사용해 왔다"고말했다. 미국 <골프매거진>은 최근 PGA투어는 물론 LPGA투어까지 슬로 플레이로 인해 선수들끼리도 갈등이 생기는 만큼 협회가 거리측정 기를 허용해 경기 시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플레이 시간이 지연되는 원인을 거리 판단과 이에 따른 클럽 선택 등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데 거리측정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논란의 쟁점은 플레이 시간 단축 여부
메이저 대회에서의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됨에 따라 국내외 선수들의 찬반 의견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리측정기 사용이 과연 플레이 시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다. PGA투어의 브라이슨 디섐보는 “만일 거리측정기로 얻은 정보와 캐디와 선수가 직접 측정한 거리를 더블 체크하려면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안병훈은 “홀까지의 거리뿐만 아니 라 그 앞뒤쪽의 공간 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측정기만으로는 플레이 속도가 빨라질 수 없다''고말했다. 그리고 그는 “골프는 18홀 스포츠다. 누가 얼마나 빨리 플레이하든 상관없이 4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는 자신의 차례인데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슬로 플레이어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거리측정기를 사용해 PGA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콜린 모리카와는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그는 “경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 하지는 않는다. 다만, 특정 선수들이 속도를 내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대학 시절 모든 샷에서 거리측정기를 사용해 익숙하다. 도구란 사용하기 나름이고 익숙해진다면 당연히 속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의 브룩 헨더슨은 “거리측정기를 통해 거리 등 숫자를 계산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숫자가 맞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때문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겨 플레이 시간이 단축 될 것 같다”며 거리측정기 사용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트로이 메릿 또한 “특정 위치를 벗어나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줘 플레이 속도가 향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디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거리측정기
거리측정기와 투어 캐디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 부 분을 지적하는 선수도 있다. LPGA투어의 박인비는 투어 캐디의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면 선수들은 더 정확한 거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캐 디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다. 캐디들은 반대할 것”이 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PGA투어의 닉 테일러 역 시 “플레이 속도는 전혀 빨라지지 않을뿐더러 캐디의 일과 자부심을 빼앗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KLPGA 1부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 A는 “거리측정기 사 용은 몸값이 높은 투어 캐디를 고용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간의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는 “투어 규칙에 따르면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경 우 거리와 방향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 된 투어 캐디일수록 풍속, 고도차, 플레이 방식 등 모든 면 을 조언한다. 사실상 거리측정기의 금지된 기능을 모두 활 용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즉, 거리측정기가 투어 캐 디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규정 위반 시 확인 방법 마련이 급선무
올해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된 3개 대회가 모두 끝났고 이미 연초부터 선수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골프협회는 거리측정기 사용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KLPGA의 경우 챔피언스 투어를 제외하고 거리측정기 사용을 로컬 룰로 제한하고 있으며 KPGA 또한 1부 투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선수가 대회 중 규정 위반 기능이 있는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골프규칙은 모든 플레이어가 정직하다는 전제하에 운영된다. 거리측 정기의 경우는 단순히 거리만 측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경기위원장에 따르면 금지된 기능이 탑재된 거리측정기를 대회에서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금지된 기능으로 생산된 정보를 보거나 활용하는 행동은 규정 위반이다. 이런 정보가 화면에 나타나는 기기는 사용할 수 없으 며, 설령 그러한 화면을 보지 않았더라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선수가 금지된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선수의 정직성 말고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직한 플레이어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100% 보장할 수 없기에 현재 프로 경기에서는 로컬 룰로 거리측정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 경기위원장은 “세계의 골프규칙을 관장하고 있는 R&A와 USGA에서 장비규칙의 개정을 논의 중이다. 거리측정기 문제도 곧 다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거리측정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고교 선수들이 프로가 돼 세계의 프로투어에서 활동하게 될 향후 5~10년 안에 진지하게 논의될 의제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용 기자 사진 김현동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24호

[2021년 8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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