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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캐디에게 갑질하지 마세요

2018.06.19

캐디 폭행 사건이 이슈가 된 지난 5월. 캐디에 대한 갑질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갑질 행태와 관련해 전・현직 캐디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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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캐디 폭행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손님들은 경기 진행이 미숙하다며 캐디의 뺨을 때렸고, 황당하게도 캐디는 손님들에게 불려가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 골프장 측이 사과를 종용했기 때문이다. 이 캐디는 사직서를 내고 손님을 고소, 캐디를 때린 가해자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입건이 된 상태다. 최근 골프장은 캐디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노 캐디 골프장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고, 카트를 운전하고 남은 거리만 알려주는 ‘마샬 캐디’만 운영하는 골프장도 등장했다. 여기엔 골프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등 제도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캐디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골프장의 대표를 지냈던 A씨는 “캐디 제도를 한번에 바꾸긴 어렵다. 현재의 캐디 시스템은 우리나라 골프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노 캐디, 마샬 캐디 등으로 바꾸면 환영하는 사람보다 거부감을 느끼는 골퍼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디를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는 간단하다. 캐디 생활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둘째고, 진상 고객을 한 번 만났다가는 감정 노동이 되고 멘털은 남아나지 않는다. 강원도 소재의 골프장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캐디를 그만 둔 B씨는 “캐디는 아직도 부족하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골프장에서 자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보다 많은 수입, 전문직이라는 자부심과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지만 멘털적인 측면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좋은 고객을 더 많이 만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진상 고객을 상대할 때 힘든 것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캐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과거처럼 캐디를 ‘막’ 대하는 건아니지만 캐디에 대한 갑질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 트집 잡힐라, 초보 캐디로 안 보이려 발버둥

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캐디를 무시하는 행위는 특히 초보들에게 더하다. B씨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캐디들은 초보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초보티가 나고 조금만 어리버리해 보여도 고객의 짓궂은 장난이 날아든다. 나도 초보 캐디 시절엔 야한 단어를 일부러 물어보거나, 볼이 잘 안 맞아 기분이 안 좋으면 화풀이로 반말을 하며 트집을 잡고 성을 내던 고객을 거의 매일 본 것 같다. 경력이 쌓인다고 안 만나는 건 아니지만 초보 캐디들에겐 더 심해지고, 또 경험이 적어 그 스트레스에 매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더한 사례도 있다. 현직 캐디 C씨는 “내 동료 캐디의 일이다. 라운드 중 고객의 골프백을 떨어뜨렸고, 백 손잡이 부분에만 살짝 상처가 났을 뿐 클럽이 멀쩡한 것을 현장에서 캐디와 고객이 함께 확인했다. 이후 고객에게 연락이 와 아이언 수리를 맡겼으니 수리비 및 골프백 비용 12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동료 캐디는 문제를 크게 만들기 싫어 120만원을 주는 대신 상처 난 캐디백을 받는조건으로 합의했다. 이후 그는 골프장에서 잘렸고, 현재 쉬고 있는 상태다. 캐디백을 요구했다는 것을 빌미로 고객이 골프장에 연락해 갈등 내용을 보낸 것이다. 고객도 문제지만 골프장도 문제다. 잘잘못을 가리지도 않은 채 고객과 갈등이 생긴 것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심각한 미세먼지, 마스크도 못 끼는 캐디

충청북도에 위치한 한 회원제 골프장은 심각한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로 기능성 마스크를 준비했다. 마스크를 미처 챙기지 못한 고객용은 물론이고 캐디와 직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잠시 뿐이었다. 이 골프장의 캐디 D씨는 “한 회원이 ‘캐디가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니 건방지다.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캐디나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스크 때문에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데 솔직히 말이 안되는 소리다. 이런 고객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허용됐으나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토로했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난 캐디에 대한 갑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캐디를 라운드의 동반자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임은 골프장에도 없지 않다. 골프장 측은 ‘고객이 이렇게 얘기하니 캐디가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C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일부 골프장이 캐디를 직원이나 사람보다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editor Won Jong Bae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186호

[2018년 6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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