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골프포위민로고
    • 정기구독
  • 검색 검색

INTERVIEW

리더보드 안 보는 무아지경 플레이

2019 보그너 MBN 여자오픈 챔피언, 박민지

2019.09.06

2019 보그너 MBN 여자오픈 우승은 최종일 선두로 출발한 박민지에게 돌아갔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플레이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박민지와의 인터뷰.

 기사의 0번째 이미지


8월 18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에서 끝난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21세 박민지가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합계 14언더파를 기록했고, 이다연과 장하나, 김자영을 1타 차로 꺾었다. 박민지는 우승 직후 아직 우승 세리머니가 어색한 듯 수 줍은 미소를 띠었다.
최종일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박민지는 전반 9개 홀에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잃어 2타를 줄인 김자영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박민지는 김자영이 보기로 주춤하는 동안 11번 홀(파4)과 13번홀(파5) 버디에 이어 16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녀는 리더보드를 보지 못한 채로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11번홀에서 캐디에게 “챔피언 조안에서 우승 경쟁이 있다”는 언질만 받았을 뿐이었다고. 박민지는 “전반에 리더보드가 궁금 했지만 캐디가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승에서 밀리겠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다. 긴장을 할 때면 캐디가 ‘하늘을 보라’고 조언했다. 그 덕분에 생각을 비우고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민지는 우승 직후 캐디의 공을 치켜세웠다. 올 시즌 2개 대회를 합작한 캐디는 그녀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도록 도와주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박민지는 “캐디 와 궁합이 잘 맞는다. 나에게 필요했던 감정을 채 워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박민지는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어머니가 가장 생각났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 김옥화씨는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으로, 1984년 LA 올림픽에서 서독을 꺾고 은메달을 딴 바 있다. 박민지는 ‘포기하지 말고 죽기 살기로 플레이를 하라’는 가르침을 어머니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선두에서 밀리는 순간 뒷심을 발휘하고 분위기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는 것 또한 어머니의 영향이 컷을 터. 1타 차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파5)까지 이어졌지만 박민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파를 지켜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파 퍼팅을 마친 후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인가.
1년에 한 번씩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3년 연속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다.



2라운드를 마친 후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무아지경’ 골프를 친다고 했는데, 막상 최종일에는 욕심이 들어간 플레이를 한 것 같다.
선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욕심이 났다. 무엇인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다. 앞만 바라보고 코스에 집중했다. 선두에서 밀렸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을 비우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최종일에는 버디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선두이다 보면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방어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안전한 공략을 세웠지만 막상 우승을 좇다 보니 공격적인 플레이도 가끔씩 튀어 나왔다.



이번에는 ‘연장전 같은’ 단독 선두로 대회를 마감했다.
솔직히 18번홀에서는 긴장을 풀고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캐디가 무조건 김자영 선수의 공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서 플레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끝까지 집중하고 뒷심을 발휘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리더보드가 변하는 것을 확인했나?
6번홀이 지날때쯤 캐디에게 리더보드가 궁금하다고 말했는데 알려주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전반에 이렇게 치면 1등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11번홀에 와서 다시 한번 캐디에게 물었다. 우리 조 안에서 우승 경쟁이 일어났다고 언질을 줬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집중했다.


김자영이 아무래도 선배인데, 플레이하는 동안 분위기는 어땠나?
억눌리는 기분은 없었다. 서로 나이스 버디, 나이스 이글 하면서 다독여주는 분위기였다. 마음 편하게 재미있게 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최종일에는 경기가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했을 것 같다.
그렇다. 15번홀에 들어왔을 때 캐디가 하늘을 보라고 했다. 나는 하늘이 도무지 안 보인다고 했다. 캐디는 16번홀, 그 다음 17번홀에서도 하늘을 보라고 했다. ‘우와 너무 예쁘다’ 하면서 영혼 없이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우승이 아닌 다른 곳으로 주의를 환기시켰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캐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세 시즌 동안 캐디를 많이 바꿨는데.
이번 캐디는 시즌 2개 대회를 합작했다.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플레이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선수가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도록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 나에게 필요한 감정을 채워줬다.


16번홀에서 우승을 예감했나?
3m 퍼팅이 남았을 때, 성공하면 내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우승을 할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만큼 긴장을많이 했다. 그 퍼팅을 성공하고 나서 분위기가 반전됐음이 느껴졌다.



editor Roh Hyun Ju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201호

[2019년 9월호 기사] 에서 계속....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