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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호] 프린트 갭 이미지 이메일 전송 갭 이미지 리스트
부부 간 대화, 골프로 이어가라
기사입력 2016.06.16 16:34:18  |  최종수정 2016.06.16 16: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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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여자들이 남자들과 함께 어울렸을 때 제일 듣기 싫은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면 첫째가 군대이야기, 다음이 축구이야기였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군대와 축구는 거의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여자들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용어를 몰라 도저히 대화에 끼어들 수 없는 피안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의 최고 황금기인 청년 시절에 3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세계에서 겪은 희로애락이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로 공감할 대상을 만나기라도 하면 언제 어디서나 그 시절 그 이야기를 안주 삼아 추억을 되씹을 수 있는 대화의 소재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 골프이야기는 군대이야기만큼이나 상대방을 대단히 짜증나게 한다. 우선 골프 용어가 매우 이질적인 데다 영어로 돼 있어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채소 종류의 하나인 파를 슬쩍 잡아도 될 것을 굳이 움켜 잡으려다 멀쩡하던 파를 양파로 만들어버렸다 하고, 수리공들이나 가지고 다닐 법한 드라이버로 볼을 치다가 그 단단한 볼을 마치 치즈처럼 슬라이스를 내버렸다고 하질 않나, 필드에 식사하러 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웬 스푼을 꺼내 들었다고 하는지…. 그리고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등 동물도감에나 나올 법한 보지도 못한 무서운 새들을 몇 마리씩이나 잡았다고 자랑하고, 갑자기 권투경기로 돌변해 훅을 한방 먹이자마자 주류회사에서 맥주(OB) 한 병을 바로 선물로 받고서는 외려 기분 나빠 한다. 또 18홀 내내 한 번도 만지지도(?) 못하고 보기만 하고 변태 짓만 하다 왔다고 불평을 늘어놓질 않나…. 일상에서는 거의 들어보지도 못한 알쏭달쏭한 용어들을 사용하는 대화인지라 골프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듣고 있기엔 매우 불편한 대화가 바로 골프이야기다.

그런데 만일 골프를 잘 아는 두 사람이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첫 만남부터 마치 10년지기마냥 서로 상대방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어받아 가면서 쉴 새 없이 대화를 풀어나간다. 골프에 입문한 지 6개월만 지나면 군대생활 3년 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진다고 할 정도로 골프는 다양한 대화거리를 만들어 내는 운동이다.

한국 남자들만큼 말주변 없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경우도 그다지 흔치 않다고 한다. 유교적 문화권에서 성장한 성인 남성들의 경우 입이 무거워야 한다거나 남자가 재잘거리면 집안의 복이 나간다는 주의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결과다. 침묵을 미덕으로 교육받고 자란 남편이 저녁 늦게 귀가해서 하는 말이 고작 “밥은?” “아~는?” “자자” 세 마디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이러던 남자들도 골프에 관한 주제가 나오기 시작하면 돌변해 쉴 새 없이 대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유교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군대이야기와 같이 자신과 함께 상대가 관심이 있는 주제를 만나면 활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쇼에 17차례나 출연할 정도로 지난 30년간 부부관계를 연구해 오면서 부부 갈등 해소법을 개발한 하빌 핸드릭스 박사는 부부 간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대화결핍증을 지적한다. 남성과 여성은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비유될 정도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부부가 돼 대화가 없으니 사소한 갈등마저도 해소하지 못한 채 쌓여 사소한 부부싸움도 이혼으로 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만 많은 부부보다 대화가 많은 부부가 인생을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산다는 조사도 있다. 다행히 골프는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운동이라 부부가 함께 골프를 하면 공통 대화거리를 찾는 데 전혀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부부가 골프장에 가면 최소 일주일은 즐겁다고 한다. 라운드 전 3일간은 준비와 기대와 설렘으로 즐겁고, 당일에는 플레이하는 즐거움으로 그리고 다음 3일간은 라운딩 후의 추억과 후 일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란다. 부부가 대화를즐기는 데 골프가 얼마나 기특한 운동이란 말인가?

writer Park Sung Hoon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골프포위민 162호 [2016년 6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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