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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17년 03월호] 프린트 갭 이미지 이메일 전송 갭 이미지 리스트
김보경, 멈추지 않는 뜨거움
기사입력 2017.03.13 14: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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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쉽지 않은 기록을 세우고 나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선수 김보경을 만났다.

박시한 실루엣의 블랙 재킷, 에잇세컨즈 파스텔 블루 롱 셔츠, 콜라보토리 9부 부츠컷 블랙 팬츠, 콜라보토리 하늘색 스틸레토 슈즈, 레이첼콕스
“후회한 적 없어요. 우승 못 한 대회는 다시 돌아가도 못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열심히 했어요.” 잠시 망설이지도 않고 자신 있게 쏟아낸 답변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듣기 편안한 경상도 사투리로 시원하게 답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0년이 넘게 잔뼈가 굵은 베테랑, 투어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인 김보경의 이야기다. 김보경은 지난해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237경기 출전을 달성, 기존 김희정이 보유한 기록(236경기)을 깨고 국내 여자투어에서 가장 많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아직 현역이라 대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오래 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올해 초까지 총 248개 대회에 참가하면서 우승 4회, 컷 탈락은 24번뿐. 상금 랭킹은 2006년부터 11년간 20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오랜 기간,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투어 생활을 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김보경은 무던하다. 스릭슨과 함께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지난해 스릭슨에선 오랜 기간 함께해준 김보경에게 10주년 기념 ‘팀 스릭슨 명예 부장’ 직함을 깜짝 선물해 화제가 됐다. 스릭슨은 우승이 없었지만 묵묵히 노력하던 김보경에게 손을 뻗었고, 김보경은 이후 4승을 올리고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우며 화답했다. 그는 무덤덤하지만 냉철하게 자신을 읽을 줄 알았다. 자기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안 되는 것 등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았다. 짧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상투적이지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보경을 만났다.


지난해 투어 최다 출장 기록을 쓰고도 반응이 무덤덤했다. 대기록 아닌가? 글쎄…. 아직 투어에서 뛰면서 계속 대회에 참가하는 입장이다. 기록보다는 대회 하나하나를 치르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만약 나중에 투어를 접게 된다면 이런 기록을 세웠구나 하는 정도로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시드를 잃으면 그만둔다고 미련 없이 얘기한 적이 있다. 진심인가? 이제는 다른 투어 선수들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만일 기량이 떨어져서 시드를 잃게 된다면 다시 제 기량을 회복해서 우승 경쟁을 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선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해야 투어를 계속하는 의미가 있다. 밑에서 계속 컷 탈락하고, 성적이 안 나오는데 투어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아쉬운 건 많지만 후회는 없다. 정말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우승 못 한 대회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가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대답은 ‘아니오’다. 항상 그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드가 올해까지라서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다.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2회나 우승했다. 비결이 있나? 기본적으로 내가 탄도가 낮은 편이고, 바람이 강할 때는 일부러 더 낮게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쳤을 때 강풍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탄도, 구질로 볼이 날아가려면 볼의 성능이 받쳐줘야 한다. 특히 스릭슨 볼이 바람에 강한 것 같다. 프로 2년차 때까지는 다른 볼을 썼는데, 그 뒤로는 쭉 스릭슨과 함께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거둔 우승도 모두 스릭슨 볼을 사용했다.

투어 프로들은 볼에 매우 민감하다고들 한다. 볼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이 있나? 그런 선수들도 많은데 사실 난 볼에 민감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다른 선수들 볼을 살짝 사용해 보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 난 오랜 기간 스릭슨 볼을 사용해서 볼을 고르는 뚜렷한 기준을 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내게 잘 맞는 볼이 어떤 건지 본능적으로 안다. 오랜 기간 불만이 없었으니, 스릭슨은 내게 딱 맞는 셈이다.

골프는 재미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더니, 지금은 재미 있나? 훈련하는 건 재미없는데 대회 때문에 돌아다니는 건 재미있다. 어딘가 새로운 곳에 가는 건 좋다. 가서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만약 골프를 안 했다면 부산 위로 올라갈 일이 없었을 것 같다. 3~4년 전만 해도 골프장과 숙소만 다니느라 바빴는데 지금은 심적으로 여유를 찾았다. 연습할 때는 열심히 연습하되 나머지 시간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정신적인 여력이 생겼다. 그래도 마냥 마음 편한 건 아니다. 막상 대회장에 가면 치열하다.

전성기, 황금기가 언제였나.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을 텐데. 아직 투어 생활을 하는 입장이라 전성기가 언제라곤 말하기 힘들다. 앞으로 올 수도 있고. 2013년 2승 했을 때도 좋았고, 2015년도 좋았다. 상금은 2015년이 더 많았다. 가장 힘든 시기는 지난해다. 12년 골프 선수 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다. 원래 7월에 두 대회를 건너뛰려다가 예정에 없던 대회에 나서게 됐다. 이게 화근이 되면서 그 이후 쭉 체력이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로 나가니 성적도 안 나오고 몸만 지쳤다. 어린 선수들은 치고 올라오고,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10년이 넘은 골프 인생, 스스로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한 7~8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일단 그 정도만 줬다.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 아닌가? 선배들이 힘들다고 하는 걸 20대 초반까지는 몰랐다. 낮잠 한번 자고 나면 괜찮아지곤 했다. 그런데 26~27세가 되니 언니들이 했던 말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 줄리 잉스터 같은 경우엔 우리 어머니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아직까지 체력이 좋은 것 같다. 잉스터처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하며 20억을 넘게 벌었다. 돈은 어디에 썼나. 취미 생활? 20억이 넘는 돈이 다 어디 있을까?(웃음) 아버지가 캐디를 해주시니 돈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적게 쓰기도 했다. 금전 관리는 아버지가 하는데 많이 쓰시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자식이 번 돈이라 못 쓰시는 것 같다. 필요한 것만 사고 쓰는 스타일이다. 특별한 취미도 없어 집에 들어가면 잘 안 나간다. 오히려 아버지가 밖에 나가자고 한다.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해 요즘 유행하는 포켓몬고도 안 한다. 집에서 자거나 사우나를 다니고, 뭔가 먹으러 다니는 정도다. 부산에서도 혼자 훈련을 하다 보니 딱히 친구는 없고 혼자서 잘 다닌다.

올해 목표는 1승? 더 잡았나? 2승이다. 메이저 대회가 올해 하나 늘어나서 어떤 대회든 메이저 대회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 투어 생활도 경쟁력을 가지고 쭉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체력만 받쳐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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